설 연휴 내내 쇼트트랙 중계 챙기셨나요?

임종언 동메달, 황대헌 은메달, 김길리 동메달. 숫자만 보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뭔가 찜찜합니다.
맞습니다. 금메달이 없습니다.
역대 올림픽 금메달을 24개나 쓸어온 나라가, 지금 금 하나 없이 대회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오늘 새벽이 마지막 기회 중 하나입니다. 여자 3000m 계주 결승. 오전 4시 51분.
지금 상황을 있는 그대로 짚어보겠습니다.

지금 어디쯤 왔는지 정리합니다
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이 한창인 지금, 쇼트트랙 메달 현황부터 확인하겠습니다.
✅황대헌 : 남자 1500m 은메달 (기록: 2분 12초 304)
✅ 임종언 : 남자 1000m 동메달 (기록: 1분 24초 611)
✅ 김길리 : 여자 1000m 동메달 (기록: 1분 28초 614)
그리고 금메달은 0개입니다.
아직 남은 종목은 세 개입니다.
- 여자 3000m 계주 결승 — 오늘(2월 19일) 새벽 4시 51분 🔥
- 여자 1500m 결승 — 2월 21일
- 남자 5000m 계주 결승 — 2월 21일
오늘 새벽 계주가 사실상 첫 번째 금메달 기회입니다.

이게 얼마나 이례적인 상황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쇼트트랙이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건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입니다.
그 이후 34년간 한국은 개인전과 단체전을 합쳐 항상 금메달을 가져왔습니다.
역대 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 합계만 24개(2018 평창 기준)입니다.
이 숫자가 얼마나 압도적인지, 2위 중국이 한참 아래라는 점과 비교하면 감이 옵니다.

그런데 지금은 쇼트트랙 총 9개 금메달 중 6개의 주인이 가려진 상황에서 한국은 아직 0개입니다.
은 1개, 동 2개만 들고 있습니다.
남자 개인전은 이미 다 끝났습니다. 황대헌과 임종언 모두 500m에서 일찍 탈락하며 남자 개인전 금메달은 사실상 없는 게 됐습니다. 2014 소치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처음 있는 상황입니다.
왜 이렇게 됐는지, 세 가지로 풀어보겠습니다
하나. 경쟁국들이 확실히 올라왔습니다.
이번 대회 여자 1000m 금·은을 네덜란드(벨제부르)와 캐나다(사로)가 가져갔습니다. 남자 1500m 금메달도 네덜란드(판트바우트)입니다. 예전처럼 한국이 시상대를 독식하는 그림이 아닙니다.
실제로 벨제부르는 이번 대회에서 500m와 1000m를 연달아 제패하며 2관왕이 됐습니다. 상향 평준화가 그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둘. 최민정의 연속 탈락은 숫자로 봐도 이례적입니다.
혼성 계주 준결승 탈락, 500m 준결승 탈락(개인 최고 기록인 41초 955를 기록했는데도 결승 진출 실패), 1000m 준결승 4위 탈락. 세 번 연속 결승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특히 500m에서 본인 생애 최고 기록을 쓰고도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최민정이 부진한 게 아니라 경쟁 자체가 그만큼 치열해졌다고 보는 게 정확한 해석입니다.

셋. 개인전과 계주는 전혀 다른 종목입니다.
이 부분을 구분해야 합니다. 쇼트트랙 계주는 개인 기량보다 팀 호흡, 교체 타이밍, 전략이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실제로 여자 계주팀은 준결승에서 8개 팀 중 전체 1위(4분 04초 72)로 여유 있게 결승에 올랐습니다. 개인전 결과와 계주 컨디션은 별개입니다.
오늘 새벽, 분위기를 바꿀 변수가 있습니다
여자 3000m 계주. 이 종목에서 한국의 역대 올림픽 성적은 9번 중 금메달 6개, 은메달 1개입니다.
가장 안정적으로 금메달을 따온 종목입니다.
마지막 금메달은 2018 평창이었고, 2022 베이징에서 네덜란드에 내준 이후 4년 만에 정상을 되찾겠다는 각오로 준비해왔습니다.

이번 결승 멤버는 최민정, 김길리, 심석희, 이소연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선수는 심석희입니다.
심석희는 이번 대회에서 '최강의 푸시우먼'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심석희가 힘껏 밀어주고 그 탄력을 받은 최민정이 추월을 치는 전략이 준결승에서 실제로 작동했습니다. 두 차례 추월로 조 1위를 만들어냈습니다.
결승 상대는 네덜란드, 이탈리아, 캐나다입니다. 만만한 팀은 없지만 준결승 전체 1위를 기록한 지금 폼이라면 충분히 해볼 만합니다.

한국 쇼트트랙이 가장 강했던 순간들을 돌아보면, 대부분 아무도 기대하지 않을 때 터진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오늘 새벽 4시 51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그 장면이 나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이후엔 여자 1500m(최민정 3연패 도전)와 남자 5000m 계주(2006 토리노 이후 20년 만의 금메달 도전)가 2월 21일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금메달이 없다고 실망하기엔 아직 세 번의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